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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나를 지키는 일 ②] 지워지는 나,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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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나를 지키는 일> 지난해 제2회 군산 북페어에서 만난 연옥 작가님의 책이다. 많은 매력적인 책들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먼저 구매를 결심한 책이었다. 지워지는 나를 지키는 일. 회사 생활, 친구, 가족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며 행복한 시간도 있지만, 묘하게 내 자신이 지워지는 듯한 시간들도 자주 있었던 것 같다.(특히 회사 생활) 보수적인 조선 시대 문화에서는 나이가 어린 막내 연차나 여성들은 자신의 생각,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극딜의 대상이 되거나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지금껏 만났던 무수히 많은 꼰대와 선배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는 나도 선배의 위치가 되어 과거에 내가 참았던 것들을 후배들이 너무 쉽게 참지 않거나 막 나가는 걸 보면 혀를 차거나 눈살이 찌푸려지면서 과거의 선배들이 짠하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정상성'과 '능력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존재함 자체로 이미 훌륭하다고,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여기고 패배감을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책은 이야기한다. 세상이 주입식 교육으로 수년간 가스라이팅한 정상성에서 벗어나, 그래도 인류애를 잃지 않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작가의 짧은 일대기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 인간은 무리 지어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와 동시에 존재만으로 이미 완전하지만, 무리(사회)가 정한 정상성에서 조금이라도 빗겨 가거나 경쟁에서 도태된 자들을 다들 크든 작든 무가치하게 여기고 나 또한 그렇게 되지 않으려 아둥바둥 불안 속에서 모두가 살고 있는 것 같다. 행복한 사람이 있긴 한가 싶다.

열심히 애써 허들을 넘어가며 정상 사회에 속하려다 결국 조직 밖 노동자가 된 작가님의 이야기가 이제는 너무 보편화된 것 같고 평범해져 버린 요즘. 내게도 그런 용기가 아직 있나 질문하게 된다. 말미에 작가는 멋지게 현재 자신의 삶을 자랑하진 않지만, 문을 닫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누구도 후회 없을 선택을 예측할 순 없다.두려움과 맞서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세상에 자랑할 성과가 없어도 내가 여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진심으로 느끼자.

발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저 예민한 몸으로 살아가다 보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과연 누가 정한 기준인지 자주 궁금해질 뿐이다. 진짜 폭언을 들으면서도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혼자서 끙끙 앓는 주제에 엄살이라고 말할지도...정상성과 거리가 먼 내 모습을 숨기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보이기 위해 애썼던 몸짓.백수였을 때의 내가 사회에서 잊힌 사람이었다면 회사에서는 나 자신을 스스로 지우는 데 열심히 동조하고 있었다. 시험을 통과하고 줄 세우기를 당해야 하는 경쟁 속에서 무능하다는 말은 곧 존재가 무가치하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못난 모습으로부터 도망쳐서 엎어진 곳을 내가 '선택’이라는 말로 애써 포장하는 건 아닐까? 문을 닫아야만 보이는 또 다른 문. 그리고 걸려 넘어지게 될 수많은 돌부리와 또 넘어진 자리에서만 보이는 뜻밖에 예쁜 꽃을 만나기로 선택한 것이니까 오히려 축하하고 싶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해야지만 비로소 눈에 보이는 현실과 선택지가 있기 마련이다. 회사에 머물러 있는 이상 월급 없는 절박함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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